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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在鎭) 미(美)고문단의 추석선물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2A010204
지역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석교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정정헌

현재 귀산본동에 살고 있는 이종현 옹이 먹고살기 힘들었던 1960년대 진해에 와 있던 미고문단과 색다르게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당시는 바닷가 마을이라 마을 부녀자들은 물때만 되면 바닷가로 몰려 나가 조개를 캐서 시장에 내다 팔아 식량을 구입하고, 또 자식들 학비를 조달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경기도 어디에서 미군이 구호물자를 영세민들에게 공짜로 나눠 준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말을 듣고 당시 마을 이장이던 이종현 옹은 귀가 솔깃하여 다음날 아침 일찍 무작정 진해의 미고문단을 찾아갔다. 어렵게 사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가 1967년 8월경이었다. 명색이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내심 영어가 고민이 되어 제발 한국사람 한 명이라도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는데 어디서 “형님, 여긴 어짠 일이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바로 같은 마을 김태근의 자형인 신건길로, 당시 그곳에서 통역관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종현 옹은 그에게 자신이 온 사정을 이야기하고, 고문단과 마을이 자매결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의중을 전달하였다.

신건길이 통역을 하기로 하고 고문관을 만났는데, 그가 바로 미군 소령 렌드리였다. 그런데 렌드리가 하는 말이, 자매결연은 이미 작년 거제에 있는 모 마을과 맺었기에 그렇게 할 수 없고, 이웃 마을이니까 무엇이든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종현 옹은, 추석(양력 9월 18일)도 얼마 남지 않았고 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의류와 마을에서 가장 긴요한 다리[橋] 가설을 부탁하였다.

그러자 추석이 지나고 얼마 후인 9월 29일 눈을 의심할 정도의 일이 발생했다. 철띠를 두른 각종 의류 4둥치가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한 둥치 크기가 농짝 두 개 정도였으니 어마어마한 수량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에는 각종 의복과 담요 등 수천 점이 묶여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문제였다. 마을 사람들이 도착한 순서대로 주는데도 먼저 받으려고 앞을 다투고 싸우니, 나눠 주기도 전에 마을 사람들 간에 큰 싸움이 생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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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 미고문단 렌드리 소령이 추석 선물을 전달하는 광경

그러자 물건 때문에 오히려 마을에 큰 소동이 벌어질 것을 걱정한 고문관이 의류를 도로 싣고 가려고 하였다. 그때 신건길 씨가 나서서 “이 보이소, 질서 좀 지키이소. 다 나눠도 남습니다. 모자라면 또 싣고 올게요.” 하니, 마을 사람들도 그제야 안심이 되었던지 질서정연하게 받아 가 사태가 진정되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이 입고 있는 의복이란 전부 무명실로 짜서 만든 것이라 별반 따뜻하지도 않고 또 잘 떨어지기 일쑤였다. 산에 가서 나무라도 해 오기 위해 산길을 몇 번 다니면 이내 구멍이 나고, 그러면 구멍을 기워서 입던 시절이어서, 미고문단에서 주고 간 질기고 따뜻한 의류를 다들 좋아했다.

개중에는 가져간 담요에 철사 줄이 들어 있어 뽑아낸다고 숱하게 욕을 봤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것은 사실 전기담요였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전기가 없었으니 그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몰랐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의류를 얻어 오랫동안 아껴 쓰고 하면서 그럴 때마다 통역관이었던 신건길 씨를 고맙게 생각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에 또 다른 경사가 생겼는데, 통역관이 마을에 큰 다리 2개를 건설할 장비들을 준비해 와 전 동민이 협심하여 다리 공사도 완성하게 된 것이다. 다리는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엄두를 못 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덤으로 상상치도 않았던 어린이놀이터까지 만들었으니, 이런 행운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며 다들 기뻐했다.

[정보제공자]

이종현(남, 1935년생, 귀산본동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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