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목차

동경의 그리움을 충족시키는 삼포 마을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202905
한자 憧憬-充足-三浦-
분야 지리/인문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남도 창원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선웅

[개설]

“1970년대 후반 8월의 어느 한 여름날, 여행을 떠나 긴 산길을 다라 거닐던 청년 작가 이혜민은 몇 채 되지 않는 집들이 드넓은 바다를 향해 옹기종기 어깨를 기대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만났다.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함이 이혜민의 마음 깊숙이 차지해 버린 그 곳은 바로, 삼포 마을이었다.”[「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 비문 중에서]

2007년 12월 15일 오후 2시 경상남도 진해시 명동 235[현 창원시 진해구 명동 235]에 사업비 1억 4000여 만 원을 들여 화강석·청동 재질로 만든 노래비가 세워졌다. 노래비의 규모는 가로 3.5m, 세로 3.5m, 높이 5.0m, 무게는 10톤이다. 이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는 진해와 관련된 전설과 설화, 창작 스토리 등을 발굴, 무형 관광 자원화하고자 제작되었다. 이 노래비가 명동으로 가는 길목에 세워져 오가는 사람들에 의해 삼포 마을이 관심을 받게 되었고, 작고 아름다운 어촌 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젊은 작가였던 이혜민은 글쓰기 재료를 찾으러 떠난 여행에서, 땀을 흘리며 오솔길을 지나 높은 곳에 닿았을 때 탁 트인 시야와 그 아래로 보이는 삼포 마을을 만났다. 특별할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이 마을은 동경의 향수가 강했던 그의 마음에 그리움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 곳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그 글로 노랫말을 지어 곡을 붙였다. 그리하여 삼포가 어딘지도 모르지만, 고향이 그리운 사람들이 읊조리게 되는 「삼포로 가는 길」이라는 애창곡이 탄생하게 되었다.

[삼포 마을]

삼포(三浦) 마을은 현재 행정구역상으로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명동 해안에 있다. 수필 『내 마음의 고향 삼포』, 노래 「삼포로 가는 길」에서 고향의 대명사격으로 표현된 삼포 마을은 세계적 컨테이너 부두인 부산 신항과 진해 발전의 구심점인 진해 군항의 사이에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동 음지도에 개장된 매주 주말 가족들의 방문지로 북적거리는 창원 해양 공원을 지척에 두었지만,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마저 인지하지 못하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진해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아래의 마을로 소담스러운 돌담과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50여 호의 초가가 있던 마을이었다. 낚시를 취미로 하는 이들이나 이곳의 위치를 알고 있을 뿐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마을이다.

[마을의 자연 환경]

마을은 남서쪽 바다를 바라보는 만입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지질 시대 동안 이루어진 삭박 작용에 따라 산지의 해체가 진행되어 있기는 하나 산지에서 뻗어 나온 해발 500m 안팎의 기복이 적은 완만한 산등성이의 만장년 산지와 이들 산지 사이에서 발달하는 소규모 침식 분지로 이루어진 산지를 뒤로하고, 앞으로는 크게 가덕도와 거제도가 자연적인 방파제 역할을 하여 큰 바다의 영향을 막아주고, 창원 해양 공원이 위치한 음지도우도가 앞을 가리고 있어, 비교적 잔잔한 내만에 위치하고 있다. 좌로는 각종 퇴적암과 화산암류로 구성된 높은 산의 한 줄기가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겨울 기간에도 유입하는 쓰시마 난류의 영향으로 대륙성 기후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연교차가 적은 해양성 기후대에 속해 있어 어획량도 풍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풍족한 환경 속에서 마을 주민들은 기복 없는 평범하고도 조용한 생활을 했을 것이다.

어촌의 사전적 의미는 주민의 대다수가 어업을 생업(生業)으로 하는 촌락이다. 촌락을 기능에 의하여 분류한 것으로, 대부분 해변가에 분포하고 있으나 큰 호수나 하천 연안에도 발달하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삼포 마을의 지리학적인 분류는 만입에 형성되는 모래사장을 근간으로 하여 형성된 사빈어촌(砂濱漁村)에 해당한다. 모래사장이 있었던 곳에 현재는 콘크리트로 접안 시설과 방파제가 건설되어 있다. 사용하는 어법에 따라 분류하면 낚시 어촌, 출어의 범위에 따르면 근해의 다양한 잡어를 대상으로 낚시질을 하는 근해 어촌에 해당될 것이다. 주민의 생업면에서 삼포 마을을 판단하자면, 마을 뒤편의 산지에서는 경작이 어려웠을 것이므로 순어촌(純漁村)이었을 것으로 판단되나 시간이 지나면서 먹을거리를 충족하기 위한 반농 반어촌(半農半漁村)의 형태로 변모하였을 것이다. 현재의 삼포 마을의 뒤편에 위치한 밭들이 그 증거가 되고 있다.

[삼포 마을의 현재]

고개를 넘어 마을을 지나 배가 정박해 있던 포구로 들어서는 길은 잘 정비가 되어 있다. 오랫동안 어촌임을 암시하듯 담이 높고 지붕이 높은 집들이 함께 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구를 손질하던 마을의 작업장이 작은 항구와 맞닿아 있다.

현재 마을은 콘크리트 구조물인 방파제와 접안 시설을 끼고, 바다를 향한 마을 전면에 횟집과 낚시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작은 어촌 마을이다. 마을 대부분의 수입은 어업과 상업의 조화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움의 대상인 고향을 대변하는 정적인 마을의 내면적인 이미지와는 반대로 생존을 위해 외적으로 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삼포 마을은 주변의 변화와 맞물려 변화하고 있다.

이혜민이 수필 『내 마음의 고향 삼포』를 집필하게 만들었던 삼포 마을의 정겨운 풍광은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조용하고 따듯해 어머니의 품을 연상시키는 정겨운 마을이 그 ‘삼포’였다면, 현재의 삼포 마을은 주말이 되면 외지에서 온 이들과 그들이 타고 온 자동차들로 북적거리며, 옛집을 허물고 새로 지어 그 자리에는 바다로부터 오는 바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튼튼한 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먼지가 날렸을 골목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넓어졌고, 삼삼오오 모여 어구를 손질하거나 뻔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낙들이 모여 있었을, 나갔던 배가 돌아와야 북적거리던 선창도 외지인들로 북적거린다.

[수필·소설·영화 속의 삼포]

황석영의 소설 『삼포 가는 길』[1973]에 등장하는 노동자 ‘영달’과 ‘정씨’ 그리고 ‘백화’가 벌이는 여정의 종착지인, 고향의 대표격으로서 삼포는 사실 진해 명동의 삼포와는 다른 가상의 지명이다. 진해시 명동의 삼포는 ‘三浦’이고, 소설의 삼포는 ‘森浦’로 한자어가 다르다. 실제의 지명을 쓸 경우 독자의 상상력이 그 지명이 환기하는 여러 요소들로 제한될 가능성이 농후하여 상상력의 극대화를 위한 소설적 장치로서의 지명이다. 그러나 삼포가 가지는 ‘마음의 고향’ 이라는 의미를 공유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제목이 암시하고 있는 바는 단순히 지리적 의미의 고향이 아니라 그들의 영혼이 쉴 수 있는 정신적 안식처이자 하나의 이상형에 가깝다. 근대 소설은 고전적 정의에서 ‘선험적 고향상’[transzendentale obdachlosigkeit]을 전제로 한, 다시 말해 ‘주어진 총체성’이 아니라 ‘찾아야 하는 총체성’을 향해 길을 나선 자들의 고독한 운명을 대변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그리고 고향 상실성의 의미가 단지 숙명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근대화가 그들에게 강제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지평으로 확대되게 된다.[이도연, 2011].

황석영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를 위해 떠돌아 다녀야 하는 뜨내기 인생들로 고향 상실로 인해 정착할 곳이 없는 소외된 계층이다. 이들이 그리는 옛 삼포는 정신적 고향이자 마음의 안식처로서 돌아가서 상처를 달랠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의 삼포는 산업화의 물결로 특별한 의미를 내재한 마을이 아닌 여느 마을과 다를 바 없는 마을이 되었다. 삼포를 잃어버림은 이들에게 정신적 고향이자 마음의 안식을 상실함과 동시에 비애를 느끼게 하였다.

삼포 마을은 소설 『삼포 가는 길』의 배경은 아니었지만, 이혜민의 수필 속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로서 소설 속의 정신적 고향,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던 조용한 어촌 마을의 풍경이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통해서 점점 변해가지만, 주변의 발전에 장단을 맞추지 않은 더딤이 아직까지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포근한 고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향수를 가지게 한다.

[삼포 마을의 변화]

마을은 갈등하고 있다. 아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마을은 개발되고 있는 주변과 마을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평화로움과 아늑함에 안주하던 마을은 생존이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바다에서 바라본 마을은 이미 어촌 마을이라기보다는 횟집·낚시점과 현대식 가옥이 빙 둘러선 선창이다. 고기잡이를 위해 나가야 할 배들은 정박해 있고, 어구를 손질하는 풍경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표면적으로는 시에서 추진하는 주변과 맞물려 전설·설화 등과 함께하는 관광 자원화에 동조해 나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이면에 새롭게 건축된 건물 뒤편으로 아이의 키 높이 밖에 되지 않는 담을 가지고 그 안을 넘어 보기도 힘든 어촌의 가옥이 늘어서 있고, 고추 몇 개, 무 몇 개가 심겨져 있는 텃밭이 자리 잡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에, 외지인들을 위한 시설과 변화는 어쩔 수 없다 하여도 수필과 소설, 노랫말에 나타난 아름다운 마을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변화를 시도한다면 삼포 마을은 우리 마음속의 고향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 새 것이라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가진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다면 도시민들이 찾아와 포구 한 쪽에 자리 잡고 앉아 지친 몸을 쉬어갈 수 있으면 그것으로 삼포 마을의 가치는 충분하다.

[참고문헌]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