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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구역 내 조개 채취 허가를 둘러싸고 생긴 일들 이전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2A020104
지역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석교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정정헌

예전이나 지금이나 석교마을은 물론이고 귀산본동까지도 생업의 터전은 바다로, 이 바다를 텃밭으로 일구며 살아오고 있다. 일제강점기는 물론 해방 이후까지만 하더라도 조개 값이 나락 값의 배를 넘었으니 매일 조개를 캘 수 있는 마을 앞의 갯벌은 사람들에게 삶의 보고(寶庫)가 아닐 수 없었다.

심지어는 인근의 마산에 사는 부인들도 통통배를 타고 이곳에 와서는 낚시 미끼로 인기가 있는 각종 개펄 지렁이를 잡아 일본인들에게 팔기도 하였다. 현재도 신마산의 낚시점에 고용된 할머니 몇 분은 물때가 좋은 날이면 이곳을 찾아 지렁이를 잡는다고 한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육로가 개설되기 이전부터 조개를 캐서 돛배나 통통배를 타고 마산 어시장에 내다 팔아 자식들 교육이며, 결혼이며, 주식인 쌀보리 등으로 바꾸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조개농사가 뭍의 쌀보리농사보다 더 나았다고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마을 바다가 군인들의 차지가 된 뒤로 마을 형편이 크게 변하고 인심도 흉흉하게 되었다. 군(軍)의 보안을 위해 민간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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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해군통제부 출입금지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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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구역 알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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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기지사령부에서 부표로 통제구역을 설치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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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과 어선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조망과 경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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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구역 내에서 한 어선이 어로 작업하는 장면

이런 이유로 진해기지사령부와 마을 사람들 간에는 늘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받은 마을 사람들은 굶어 죽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밤마다 몰래 통제구역을 넘나들면서 조개를 캐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진해기지사령부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통제를 하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당시 마을 이장이던 이종현 옹은 며칠을 두고 궁리한 끝에 해군기지사령부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종현 옹은 이웃 귀현마을 출신인 행정조정실장 김한두 씨에게, “서문(西門) 앞에 물때가 되면 조개 좀 파게 개방을 해 달라고 왔습니다. 조개가 어찌나 많은지 그걸 보고 여자 분들은 못 파서 애를 태우고 감시병들은 이를 감시하기에 여간 어려움이 많은 게 아닙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낮과 밤을 계속 나날이 싸우니 말입니다.”고 사정하였다.

당시 진해기지사령부에서도 주민들과의 마찰이 여간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니었든지, 한 물시에 3일(최고로 물이 많이 빠지는 날)만 개방하기로 순조롭게 협의를 보게 되었다. 일자를 음력으로 매월 15일에서 17일까지(흔히 일곱 물, 여덟 물, 아홉 물때라고 한다)와 그믐날에서 초이틀까지 한 달에 6일 동안은 조개를 캘 수 있게 되었다.

이종현 옹은 진해기지사령부에서 돌아오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그 달 15일부터 개방된 서문 쪽으로 조개를 캐러 가기로 진해기지사령부에 연락을 했다. 그러자 문제가 또 발생했다. 처음 개방한 16일에는 약 90명이 들어갔는데 둘째 날에는 무려 400명이 들어가 조개를 캐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웃의 마산과 진해는 물론 창원 지역 사람들까지 몰려와 사람 홍수를 방불케 한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드니 진해기지사령부와 사전에 협의한 한계선이 무시되고 또 통제구역 내에 아무 곳이나 막무가내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해군 감시병이 도저히 감당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진해기지사령부에선 이렇게 해서는 인원 통제도 불가능하고, 지정된 장소 이외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많아 예전같이 다시 철저히 통제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해 왔다. 그래서 이종현 옹은 이 물때에는 개방을 철회하고 대안을 세워 진해기지사령부에 다시 통보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을 급히 모아 대안을 모색한 결과 이 지역 사람과 타 지역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자면 주민등록증이나 마을 이장이 발행하는 개방구역출입증을 만들어 사용키로 진해기지사령부와 협의를 하였다.

그런데 애초에는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만 출입증을 만들어 주려고 조그만 카메라를 가지고 증명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거의가 주민등록증을 두고도 사진을 찍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졌다. 주민 모두에게 출입증을 만들어 주기 위해 견본 1부를 보내자 진해기지사령부에서도 만족해했다. 이렇게 해서 마을 사람들과 진해기지사령부 모두 만족하다고 보고 그 달 그믐날과 다음 달 초하루와 이틀에는 가지 못하고 보름부터 17일까지는 조개를 캘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진해기지사령부에서 이종현 옹에게 연락을 해왔는데, 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내용인즉, 그 물때에 밤에도 조개를 캐러 오는데 그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해군 입장에서는 낮에는 감시병이 조개 캐는 사람인지 아닌지, 또 보안 구역을 출입하는지의 여부를 감시할 수 있지만 밤에는 위병소를 거치지 않고 어디로 들어오는지도 알 수 없이 새까맣게 몰려 들어오니 간첩인지 조개 캐는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국가보안상의 차원에서 볼 때에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이종현 옹이 독단으로 대안을 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문제였다. 그래서 이종현 옹은 곧바로 지역 주민들을 모아 마을 총회를 열어 통제구역에 불법 출입을 일절 금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진해기지사령부에 전하여 비로소 계약대로 조개를 채취할 수 있게 되었다고. 조개 1되 값이 쌀 한 되 값과 같을 정도로 비싸게 팔리던 시절의 이야기란다.

[정보제공자]

이종현(남, 1935년생, 귀산본동 거주)

김옥주(여, 1936년생, 귀산본동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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