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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10년간 한방에서 지내고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2D030201
지역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모산리
시대 근대/일제 강점기
집필자 황은실

낙동강과 더불어 살아온 부녀자의 삶은 어떠했을까? 북모산마을에서 56년째 살아오신 김말수(79세) 할머니의 삶을 소개할까 한다.

김말수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창원 대산면 수산리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할머니의 집은 어릴 적 옥수수 가루로 죽을 끊여 먹으며 목숨을 연명할 만큼 가난하였다. 그러나 그리 고생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의 아버지는 “아들은 평생 데리고 살지만 딸은 키워 놓으면 남의 집에 가니 많이 먹고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라며 딸들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할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

1937년 중일전쟁이 끝나자 일본은 일본군위안부 제도를 만들어 군위안부로 동원하기 위해 미혼인 조선 여성을 강제 징용했다. 이 때문에 할머니는 해방되기 전까지 집 밖을 나오지 않았고, 다행히 일본군위안부로 징용되지 않았다고.

1945년 해방 후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사촌의 중매로 창녕군 고암면 신기동으로 시집을 왔다. 이때부터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삶이 시작되었다.

시집을 오니 시어머니와 시동생이 살고 있었고, 재산이라곤 논 8마지기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시집온 지 석 달 만에 시동생이 장가를 가면서 4마지기를 팔게 되었다. 남은 땅으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지자 시댁식구들은 살아갈 방도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논 4마지기를 팔면 고향에서는 더 많은 땅과 집을 살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에 이주를 결심하게 된다.

그런데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어찌된 일인지 논 4마지기를 판 돈으로 고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논은 2마지기밖에 살 수 없었고, 위치도 집과 10리나 떨어진 곳이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이 비료도 없던 시절이라 똥물을 모아 거름으로 사용했는데, 10리 되는 그 길을 손구루마에 똥물을 담아 실어 날라야 했다. 할머니는 그 먼 길을 똥물을 실어 나르느라 온 몸에 똥독까지 올랐다. 약도 없던 시절이라 보리타작을 하고 난 ‘바래기’라는 풀을 쪄서 피부에 발랐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다. 이곳에서의 삶이 힘들어 시어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였지만 전쟁으로 인해 그러지 못하고 낙동강을 건너 창원시 대산면으로 피난을 가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야 고향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스물한 살이 되던 해, 첫아이를 낳았다.

고향으로 돌아간 지 11달 만에 창원시 대산면 모산마을로 이주해 왔으나 이곳에서의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창녕 집은 방이라도 2칸이 있었지만 이곳은 방 1칸, 정지(부엌) 1칸뿐이었다. 이때부터 한 방에서 시어머니와 살게 된 것이다.

한 칸의 방에서 그녀는 시어머니, 남편, 딸아이와 함께 생활해야 했다. 방이라도 넓으면 좋으련만 16.53㎡도 안 되는 방이라 팔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하였다. 이렇게 산 세월이 어언 10여 년이 흘렀을까. 형부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10년 만에 시어머니와 각방을 쓰게 된다.

각방을 쓸 수 있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당시 할머니는 나무를 사러 수산장에 가면 가끔씩 언니 집을 방문했다. 언제나 언니 집을 방문하면 언니와 형부는 동생의 시댁 사정을 잘 알고 있는지라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동생이 아들을 낳게 되면서 한 방에 다섯 식구가 살게 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언니와 형부가 집을 고쳐 주었다고.

그렇게 할머니는 당시 언니와 형부의 도움으로 부엌을 좁혀서 작은방을 하나 더 만들게 되었다. 방은 두 개가 되었지만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좁은 공간이었다. 더욱이 작은 방은 ‘근근이 둘이 누울 수 있는 방’이었다. 10년 만에 비로소 시어머니와 각방을 쓰게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가 복이 없어 그런지’ 병에 걸려 사망하게 되었다. 방에서 편안하게 잠을 청해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탓에 가끔씩 시어머니가 생각나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단다.

[정보제공자]

김말수(여, 1930년생, 북모산마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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