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감마을 새터에는 달천정(達川亭)이 있다. 달천정은 기와를 얹은 우진각 지붕에 정면 4칸 측면 1.5칸의 목조건물로, 미수(眉叟) 허목(許穆)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음력 4월 5일이 되면 어김없이 큰 제례가 올려진다. 미수 선생을 기리는 채례(菜禮)이다. 때에 맞추어 고을의 선비들이 모이는데 많을 때는 백여 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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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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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정

제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멀고 가까운 곳을 가리지 않고 모여든다. 가까운 북면과 동읍, 대산면 사람은 물론이고, 창원 시내 전역과 마산, 김해, 진해, 창녕, 밀양 등지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다.

달천정의 내력은 달천계(達川契)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달천동이나 달천구천은 중요 유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달천정이나 달천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이들에 대한 내력은 「달천정기(達川亭記)」에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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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정기」

“옛날 문정공 미수 허 선생은 중년의 나이에 궁한 일을 당하여 영남을 여행하였는데, 일찍이 그 선대의 별업(別業)이 있었던 까닭에 우리 고을에 오게 되어 이 동네에 머물렀다. ……고을 사람들이 모두 이 땅에 정자 하나 없는 것은 현인(賢人)을 연모하는 도리가 아니라 하여 계(契)를 만들어 재물을 모으기를 여러 해, 이에 정자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달천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정자에 보관되어 오는 자료들을 보면 최소한 80여 년 이상은 거슬러 올라간다. 1925년 3월에 작성된 「달천동수계초안(達川洞修契草案)」이 보이기 때문이다. 계원들은 수년간 기금을 모아 달천정을 건립하였다. 5~6년은 족히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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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정수계초안」

이 후 계원들의 활동은 더욱 적극성을 띠어, 1938년에는 ‘문정공미수허선생유지비(文正公眉叟許先生遺址碑)’의 건립으로 이어졌다. ‘달천동(達川洞)’ 새김글 남쪽으로 계원들의 이름을 새긴 돌이 있는데, ‘임오춘추(壬午春秋) 달천회(達川會)’라 하였다. 1942년의 일이다. 아마도 달천동에서 시회(詩會)가 열렸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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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공미수허선생 유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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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 선생이 바위에 새긴 글

그렇다면 이러한 모임을 이끌었던 사람들은 대체 누구였을까? 명단을 살펴보니 당대 창원 고을 선비들이 망라되고 있다. 어렵사리 빛바랜 사진 한 장을 찾아 수소문을 하여 보지만 모두 작고한 분들이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모두 흰 고무신에 흰 두루마기를 입었다. 다행히 북면 노인정에서 김상환(金相煥) 옹과 조성호(曺成鎬) 옹을 확인해 준다. 이들은 계안(稧案)에도 보이는 북면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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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계 계원들

해방 후 달천계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1958년도의 「달천계역원록(達川契役員錄)」과 「시도기(時到記)」 등에 따르면 계의 구성원들은 여전히 창원을 포함한 각지의 인사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71년에는 회원으로 명부에 올라 있는 사람들의 수가 5백 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만큼 열기가 높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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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계역원록』

달천계의 회칙에는 아예 회의 목적을 ‘문정공 미수 허 선생 유지(遺址)의 정각(亭閣)을 보호하기 위하여 연차적 집회와 기본 재산의 조성 및 유지 방법으로 함’이라 하였다. 그리고 계원은 ‘선생의 유덕(遺德)을 경모하는 자’라 하여 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수 선생이 창원 고을에 머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의 학덕을 기리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생이 머물다 간 지 400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그를 기리는 전통은 식을 줄을 모른다. 2008년 곡우절(穀雨節)에는 달천계원들이 주축이 되고 창원시가 후원하여 새로운 역사가 또 하나 더하여졌다. ‘달천정미수허선생유적비(達川亭眉叟許先生遺蹟碑)’가 세워진 것이다.

비문을 찬한 허권수(許捲洙) 교수가 창원 유림(儒林)의 뜻을 받들어 명(銘)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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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정미수허목선생유적비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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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정미수허목선생유적비

달천동에 남긴 향기 세월 속에 또렷하다./

후학들의 전범(典範)이니 정신적인 양식이라/

유적모아 비석 세워 천추만세(千秋萬歲) 드리우니/

대선생(大先生)의 가르침이 우리들을 계도(啓導)하리.

창원 고을 선비들의 학문적 전통과 그 계승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 가운데 하나가 달천정이고, 달천계원들은 오늘도 그 정신을 소명(召命)으로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