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2018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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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婦人-烈女碑 |
영어의미역 | Story of Virtuous Woman |
이칭/별칭 | 「남편 원수 갚기 위해 원수와 살기」,「열녀비」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상남도 창원시 |
시대 | 조선/조선 |
집필자 | 정정헌 |
[정의]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열녀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1994년 창원군에서 출간한 『창원군지』와 1997년 경남농협에서 출간한 『경남전설을 찾아서』에 수록되어 있는데, 『창원군지』에는 「남편 원수 갚기 위해 원수와 살기」라는 제목으로, 『경남전설을 찾아서』에는 「열녀비」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내용]
옛날 경상남도 창원의 어느 마을에 나무를 해다 팔아 근근이 먹고 사는 나무꾼이 있었다. 나무꾼에게는 미모가 빼어난 아내가 있었는데 인근 동네에 아내의 미모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그 마을에는 또 다른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나무꾼 두 사람은 서로 친구 사이로 늘 함께 나무를 하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친구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나무를 하러 들어갔다. 나무꾼이 한창 나무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불렀다. “여보게! 잠깐 쉬면서 담배나 피우고 하세.” 나무꾼은 친구의 말대로 담배를 피울 요량으로 절벽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로 갔다.
그런데 나무꾼이 막 담뱃대에 불을 붙이려는 찰나 별안간 친구가 뒤에서 나무꾼의 목을 졸랐다. 나무꾼은 허우적거리다가 입에 거품을 물고 죽었다. 나무꾼이 죽자 친구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게! 미안하네. 이건 자네 여편네 탓이야. 자네 여편네는 너무 예쁘단 말이야.” 그리고 나무꾼의 시체를 절벽 아래로 던져 버렸다.
친구 나무꾼은 나무를 한 짐 지고 태연하게 마을로 돌아온 뒤 날이 어두워지자 나무꾼의 집으로 찾아가서 친구를 불렀다. “여보게! 친구! 안에 있나?” 그러자 나무꾼의 아내가 나오면서 대답하였다. “아직 오시지 않았어요. 날마다 제때에 돌아오시던 분인데 오늘은 이렇게 늦도록 오시지 않으니 웬일인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먼저 오셨나요?” 친구 나무꾼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였다. “예! 오늘 나는 좀 볼일이 있어서 산에서 먼저 내려왔습니다. 이 친구가 왜 이렇게 늦을까?”
밤이 늦도록 나무꾼이 돌아오지 않자 나무꾼의 아내는 산으로 올라가 남편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남편의 종적은 묘연하였다. 그리고 여러 날이 지나도 끝내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나무꾼의 아내는 남편이 무슨 변고를 당한 것이라 생각하고 친구 나무꾼을 의심하였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 도리가 없었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나무꾼의 아내는 당장 끼니가 걱정이었다. 남편이 나무를 해다가 팔아서 근근이 살아가던 가난한 살림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나무꾼의 아내가 끼니 걱정을 하자 친구 나무꾼은 양식을 갖다 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친구의 아내가 이처럼 고생하는데 못 본 체해서야 도리가 되겠소. 그러니 달리 생각하지 마시고 이 양식을 받아 주시오.” 친구 나무꾼은 그 후부터 계속 양식을 대 주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친구 나무꾼은 나무꾼의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마 친구는 호랑이한테 잡아먹힌 모양이지요. 여자 혼자서 어찌 살겠소. 나도 홀몸이니 나와 같이 삽시다. 죽은 남편을 생각하면 뭘 하겠소. 죽은 사람이 당신 입에다가 밥을 넣어 준답니까?” 친구 나무꾼이 자꾸 조르자 나무꾼의 아내는 못 이기는 척하며 마침내 혼인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친구 나무꾼은 나무꾼의 아내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두 사람 사이에는 아들 3형제와 딸이 생겼다. 친구 나무꾼은 자기가 원하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였으므로 생활에 불만이 없었다. 그리고 나무꾼의 아내가 일언반구도 전남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으므로 아내가 전남편을 아주 잊어버린 것으로 여겼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날이었다. 마침 장마철이라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마루에 앉아서 보고 있던 친구 나무꾼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이렇게 웃었다.
그러자 나무꾼의 아내가 “여보! 무슨 일로 웃으세요?” 하고 물었다. “그것은 알아서 뭐하우?” “우두커니 앉았다가 별안간 웃으니까 그 웃는 이유가 알고 싶군요.” 그래도 친구 나무꾼이 대답을 않자 나무꾼의 아내는 안색을 바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자식을 낳고 사는 부부 사이에 무슨 못 할 말이 있나요?”
이렇게 되자 친구 나무꾼도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여보! 내가 사실을 말하리다. 실상 당신의 전남편은 내가 죽였소. 당신을 얻고자 내가 당신 전남편의 목을 졸라 죽일 때 그놈이 입에 거품을 물고 죽었는데, 지금 저 처마 끝의 낙수가 거품을 이루는 것을 보니 그때 일이 생각나 사람의 목숨이 물거품과 같은 것이 우스워서 웃었소.” 친구 나무꾼의 말을 들은 나무꾼의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까짓 것이 무엇이 그리 우습소?”
얼마 후 나무꾼의 아내는 친구 나무꾼이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간 사이를 틈타 관가로 달려가서 친구 나무꾼의 범행을 고발하였다. 그리하여 친구 나무꾼은 곧 관가로 잡혀가서 처형을 당하였다. 친구 나무꾼이 처형당하는 것을 지켜본 나무꾼의 아내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미색으로 말미암아 두 남편을 죽였으니 내 어찌 살겠다고 하겠느냐?” 그리고는 돌아와 나무에 목을 매 자결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어느 해 경상남도 창원 고을에 부임한 한 신관 사또가 나무꾼의 아내가 묻혀 있는 무덤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신관 사또가 무덤 앞에 이르자 사또가 탄 말의 발굽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사또가 아전에게 연유를 물으니 아전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무덤은 남편의 원수를 갚고 자결한 어느 부인의 무덤이온데, 아마도 사또께 무슨 소청이 있어서 그러는가 봅니다.”
이 말을 들은 사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냐? 그렇다면 열녀의 무덤이로구나.” 하고는 무덤을 향해서 맹세하였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대의 소청을 알겠도다. 그대의 정절을 갸륵하게 여겨 그대의 무덤에 열녀비를 세워 줄 것을 맹세하노라!” 그러자 그때까지 꼼짝달싹하지 못하던 말의 발굽이 땅에서 떨어졌다. 그 후 사또는 나무꾼의 아내의 행적을 새겨서 무덤 앞에 열녀비를 세워 주었으나 지금은 그곳에서 무덤도 비석도 찾을 수가 없다.
[모티프 분석]
「어느 나무꾼 부인의 열녀비」의 주요 모티프는 ‘원수를 갚은 부인’와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말발굽’이다. 나무꾼의 부인을 차지하기 위해서 나무꾼을 살해함으로써 그 원수를 갚는 화소와 말발굽이 떨어지지 않는 화소로 구성되어 있다. 원수를 갚는 모티프는 민담이나 전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소이다. 부인이 지혜를 발휘하여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전남편의 원수를 갚고 자신 역시 자살에 이르는 이야기는 전통 사회의 일부일처제의 이야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말발굽이 떨어지지 않는 화소 역시 원수를 갚기 위해서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자주 등장하는데 주로 이야기의 발단 부분에 등장한다. 「어느 나무꾼 부인의 열녀비」에서는 결말 부분에 등장함으로써 이야기 흥미 화소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