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202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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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藝術-調和를-루는文化空間-龜伏- |
분야 | 문화·교육/문화·예술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남도 창원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안순형 |
[정의]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구복 마을.
[쪽빛 바다 속의 거북 마을로 가는 길]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龜山面)에 속하는 구복(龜伏) 마을은 지형이 거북이 모양을 하면서 마치 거북이가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라고 전한다. 이곳은 자연 마을의 입지 조건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물이란 내륙의 하천이 아니라 남쪽으로 더 없이 넓게 펼쳐진 바다를 의미하며, 구복 마을에서는 옛날부터 갯가를 터전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구복리로 가는 길은 마산의 가포에서 구산 면사무소, 반동의 해강 마을을 지나는 노선과, 진동면에서 해양 관광로를 따라가는 노선이 있다. 여행으로 구복리를 찾아간다면 남해안의 섬들과 비경(秘境)들을 감상할 수 있는 해양 관광로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구산면에는 ‘수정(水晶)’이나 ‘명주(明珠)’ 등의 지명을 지닌 마을이 있는 것만 보아도 눈이 시린 남쪽의 푸른 바다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구리 제말 장군 묘나 명주 마을의 해양 드라마 세트장에 들러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구복리는 구산면의 서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자연 마을로 굽이굽이 돌아가는 해안선과, 해상의 크고 작은 섬으로 면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특히 마을 뒤의 언덕에서 자라섬과 쇠섬 넘어 거제 칠천도까지 펼쳐진 멋진 풍광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아두기에 충분할 듯하다.
[갯마을 구복리는?]
구산면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생활하였다. 신라 때에 ‘성법 부곡’이라 불렸고, 고려 때는 구산현으로 승격되었다. 뒤에 웅신현 웅천에 영속되었고 다시 금주에 이관되고, 뒤에 칠원현에 편입되었다. 1895년(고종 32)에는 칠원군 구산면이 되었고, 1908년에는 창원군, 1910년에는 마산부, 1914년에는 다시 창원군에 이속되었다. 1995년 시군 통폐합에 따라 마산시에 편입되었고, 2010년 행정구역 통합에 따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구복 마을은 남해안의 전형적인 작은 어촌 마을로 구복 마을·장구 마을·저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복 마을의 인근에는 쇠섬·자라섬·암목섬·곰섬·긴섬 등이 있다. 이곳에는 300여 년 전부터 나주 임씨·김녕 김씨·경주 정씨들이 이미 집성촌을 이루고 있었다. 마을의 거북 동산 앞쪽에는 자연적으로 염전(鹽田)이 형성되어 있어 1920년대까지도 제염(製鹽)을 위한 가마가 운영되었다고 전한다. 이곳에는 일찍부터 어촌계가 잘 운영되어 면내에서도 소득이 높은 편이었고, 젊은이들도 많이 거주하여 반동 초등학교 구복 분교가 설치될 정도였다. 어촌계에서는 1989년에 마을 중앙에 2층 양옥의 구복 마을 회관을 건립하여 지금까지 공동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2012년 10월에 구복 경로당이 개관되어 노인들에게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150여 호에 250명 정도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주민의 70% 정도가 어업에 종사한다. 그중 어촌 계원은 109명에 수산업 협동조합 조합원이 146명이고, 어선으로 동력선 129척을 보유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전에는 홍합을 양식하거나 주낙 작업이 위주였지만 근래에는 굴이나 바지락 등의 양식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저도(猪島)[일명 돼지 섬]는 구복리의 본 마을에서 300m 떨어져 있다. 저도는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향하는 구릉성 산지로 구복리 섬 가운데 가장 면적이 넓으며[214만 70㎡], 유일하게 주민들이 거주하는 유인도[42가구 96명]이다. 이곳은 마치 돼지가 누워있는 것 같다고 하여 명명된 것으로, 일명 연호(蓮湖) 마을이라고도 한다. 이 섬에는 오래된 토기편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일찍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것 같다. 원래는 김해 김씨를 비롯하여 김녕 김씨·전주 이씨 등이 어업을 위주로 밭농사를 부업으로 생활하였다. 조업에서는 낙지·도다리·노래미 등이 많이 잡히고, 작은 만입(灣入)이 발달한 북동쪽의 연안에서는 홍합·굴 양식이 활발하다. 섬 주민들은 육지와 왕래를 위해 1940년대부터 자체적으로 나룻배를 운영하다가 1987년에는 마을의 숙원 사업이던 연륙교가 완공되어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게 되었다. 그 결과 외래인들의 왕래가 점차 빈번해지면서 섬 자체가 관광지화 되었으며, 마을에서도 점차 이에 발맞추어 펜션이나 카페·음식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부 원주민들은 마을의 관광지화로 섬 자체의 인심이 점차 각박해졌다고 한탄하기도 하였다.
장구 마을은 마을 앞의 조그만 섬이 장고(長鼓)와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불리게 된 이름이다. 인근에는 나비섬[납섬]·북섬·장구섬·징섬 등이 있었는데 대개가 악기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상당히 흥미롭다. 이곳에는 안동 권씨가 가장 많고, 성산 이씨·안동 김씨·해주 오씨 등이 일부 있었다. 8·15 해방 직후에는 권씨들이 마을 앞에 어장터를 닦아 1980년대까지 멸치잡이 영업을 운영하다가 불황으로 폐업을 하였다고 전한다. 이후에는 장구 마을도 구복과 마찬가지로 조개 양식이 생업의 주를 이루고 있다.
[구복 예술촌과 바다 예술제 ]
구복 예술촌은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남해 바다를 앞마당으로 하는 반동 초등학교 구복 분교의 폐교 자리에 1997년 개관하였다. 촌장은 서예가이자 서각가인 윤환수가 맡고 있으며, 작은 어촌 마을에서도 작품 전시와 다양한 행사, 예술·문화 공연 등을 향유할 수 있는 풍요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구복 예술촌은 전시 공간·공연 공간·작품 활동 공간·숙박 공간으로 나뉜다.
작품 전시 공간으로는 미술관 Ⅰ·Ⅱ실이 있어 소장전·기획전·초대전 등을 연중 상시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들러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구복 예술촌에서는 수년에 걸쳐 다양한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2008년 5월~10월에 ‘2008년 경남 도예 페스티벌’이 있었고, 2009년 5월~9월에는 ‘경남 한국화 페스티벌 초대전’이 있었다. 2011년 4월~10월에 ‘경남 수채화 페스티벌’이 개최되어 산뜻함을 더해 주었고, 2012년 5월~10월에는 ‘2012년 경남 환경 서각 페스티벌’이 열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개최되었다. 이외에도 2011년 2월에는 ‘레지던스 사업 창작 발표전’이 ‘사유&공간’이란 주제로 개최되기도 하였다.
공연 공간에서는 격주[1·3주] 토요일 오후에 토요 예술 무대와 매년 1회 바다 예술제가 열린다. 봄부터 가을까지[5~10월] 운영되는 토요 예술 무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선보이지만 특히 2009년 11월에는 천솔당[무굿] 공연이 열렸다. 하지만 구복 예술촌의 공연으로는 매년 8월 중순에 개최되는 바다 예술제가 압권이다. 2013년에는 제17회 바다 예술제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8월15일부터 18일까지 열렸다. 이 예술제는 예술촌이 개관되면서부터 매년 8월 중순에 개최되어 올해로 17회를 맞으면서 구복리 지역뿐만 아니라 창원 지역의 대표 축제로 발돋움해가고 있다.
이번 축제는 15일 전야제에서 한국 생활 체육 지도자 협회 마산 지부의 ‘SP 춤 페스티벌’로 시작되었다. 2008년에 처음 시작되었던 청소년 댄스 경연 대회[제5회]가 한국 생활 체육 지도자 협회 마산 지부의 주관으로 초등부와 중·고등부에서 개인과 단체 부문의 경연이 있어 예술제에 싱그러움과 역동성을 더해 주었다. 또한 제3회 해변 가요 무대에서는 박일준을 포함한 대중 가수들이 출연하였고, 그 외에도 무용극·체험 교실[천연 염색·닥종이 인형·다도·짚풀 공예]·전시회[미술실 Ⅰ에서는 박정식의 서예 초대전, 미술실 Ⅱ에서는 윤환수의 석각 초대전] 등의 다양한 행사들이 4일간 진행되었다. 무용극에서는 마산 무용단의 주관과 배성혜의 총연출로 ‘무학산’[1장 남남정맥, 2장 학봉(鶴峰)의 무학(舞鶴), 3장 바람재 그리고 감천골, 4장 비상하는 학(鶴)으로 구성]이 시연되었고,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 검무(晋州劍舞) 보존회의 초청 공연이 있었다. 진주 검무는 ‘진주 검무와 진주 교방의 발자취-(樂·歌·舞)’라는 주제로 유영희가 총연출하여 진주 검무·포구 락무·진주 교방무·영남류 양반춤·지전무 등이 시연되어 문화제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작품 활동 공간으로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구복 창작 스튜디오가 있고, 서예·서각·천연 염색·다도(茶道)·전통 놀이·한국화·사물놀이·연극·재즈 댄스·도예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문화·체험 교실도 운영되고 있다. 또한 숙박 공간으로는 통나무 황토방으로 만들어진 예술촌 펜션이 운영되고 있다. 예술촌 내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들과 교류하는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즐길 수도 있고, 예술촌 인근의 바다에서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콰이강의 다리와 비치 로드]
구복 예술촌을 나와 해양 관광로를 따라 산마루를 돌아서면 두 개의 저도 연륙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구 연륙교는 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우리에게는 ‘한국 콰이강의 다리’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다리는 육지와 단절된 섬 마을 사람들이 교통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민관(民官) 합동으로 1987년 8월에 완공한 것이다. 철골(鐵骨)로 건조된 이 다리는 길이 170m, 너비 3m, 높이 13.5m로 사람들의 통행이 주목적이었고, 차량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통행세를 내었다. 다리 주변에는 많은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주로 볼락이나 농어 등이 올라온다고 한다. 또한 다리의 양측을 비롯한 곳곳에 커피숍과 레스토랑이 있어 여행객들에게 풍광(風光)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옛 마산시에서도 이곳을 마산의 9경(景) 가운데 한곳으로 선정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2001년 개봉된 「인디안 썸머」의 촬영지가 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일설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다리 끝까지 가게 되면 염원한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마산을 비롯한 인근의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찾고 있다. 또한 지금은 다른 관광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의 자물쇠’가 연륙교 완공 초기부터 사랑을 맹세하는 연인들이 난간에 빼곡히 내걸어 명물이 되었다고 전하지만 필자가 찾았을 때는 군데군데 간혹 몇 개의 자물쇠만 보일 뿐이었다. 마치 제 역할을 다하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연륙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구 연륙교 옆에는 차량도 통행할 수 있는 새로운 다리[길이 182m, 너비 13m]가 2004년 12월에 개통되어 주민뿐만 아니라 비치 로드를 찾는 많은 여행객도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구 연륙교는 해체되지 않고 사람들만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연인들에게 추억을 더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특히 다리의 철골에 주황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 남해의 쪽빛 바다와 묘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다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 시원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멀리 보이는 희끗희끗한 부표 너머로 늙은 어민들의 노고가 묻어나지만 군데군데서는 젊은 여행객들이 수상 레포츠를 즐기며 유난히 더운 올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곳의 창원 수상 레저 타운[요트 마린]은 창원시로부터 운영을 허가 받아서 요트·수상 파워 보트·제트 스키 등의 주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1박 2일·2박 3일·3박 4일 등의 기간으로 이루어진 요트 투어는 남해안 섬 일대 한산도·매물도·사량도·지심도·거제도 해금강 등을 코스로 두고 있다. 이곳은 창원 시민들에게 가까운 거리에서 해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고 나면 큰개길이나 조밭길이 있는데 인근에는 횟집이 여러 곳 있어 여행객들이 남해의 싱싱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지나면 비치 로드로 접어들게 되는데, 2013년 8월 현재 진입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창원에는 이곳을 포함해서 숲속 나들이길·무학산 둘레길·진해 드림 로드 등의 다양한 올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에게 삶의 활력을 더해주고 있다. 비치 로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으며, 희망 근로 인원들을 하루에 100명씩 투입하여 조성된 곳으로 금융 위기 이후 서민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2010년 6월에 개설된 비치 로드는 하포 마을에서 출발하는 2개의 노선이 있다. 제1노선은 제1·2 전망대를 돌아오는 3.7㎞ 구간이고, 제2 노선은 제1 노선에서 제1·2·3 바다 구경 길을 둘러 정상인 용두산[202.7m]을 거쳐 하포로 돌아오는 6.6㎞구간이다. 비치 로드는 전 구간이 완만하면서도 남해의 쪽빛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라 가족들이 함께 휴식을 취하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거북이의 꿈]
남해의 비경을 간직한 구복 마을은 맑은 물과 아늑한 포구를 지닌 축복의 땅이다. 일찍부터 주민들은 근해 어업이나 양식들을 통해서 여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였다. 인근의 진해나 마산도 구복 마을처럼 천혜의 비경을 갖춘 곳이었지만 신항이나 배후지의 개발을 통해 경제 발전을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원주민들의 눈물로 해안선은 매립되었다. 하지만 구복 마을은 구복 예술촌이라는 문화 공간의 입주, 저도의 비치 로드를 중심으로 한 관광 자원의 개발로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 논리에 의해 지역의 공동체가 해체되거나 푸른 물결들이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